
프롬소프트웨어(FROM SOFTWARE)는 단순히 “난이도가 높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한 문장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독자적인 철학과 세계관을 구축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입니다. 다크소울, 블러드본, 세키로, 엘든 링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하나의 장르를 탄생시켰고, ‘소울라이크’라는 용어는 이제 게임 업계 전반에서 하나의 기준이자 지표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었으며, 농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해 수십 년간 실패와 실험을 반복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프롬소프트웨어의 태동기부터 소울라이크 장르의 완성, 그리고 미야자키 히데타카를 중심으로 한 창작 철학과 장인정신까지 2026년 기준으로 매우 길고 깊이 있게 정리합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시작, 게임과 무관했던 초창기 역사
프롬이 기술적 실험을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았다면, 137년의 역사를 가진 닌텐도의 성공 전략과 역사는 '놀이의 본질'에 집중하여 시장을 선도해 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룹니다.
2026.01.24 - [VIDEO GAME COLSOLE] - 닌텐도 137년 역사 (전통놀이, 게임기, 글로벌 성공)
닌텐도 137년 역사 (전통놀이, 게임기, 글로벌 성공)
1889년 일본 교토에서 잔통놀이 제조업체로 시작한 닌텐도는 137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게이머들이 사랑하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장난감카드 제조에서 완구 산업, 아케이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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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소프트웨어는 1986년 일본에서 진 나오토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게이머들이 떠올리는 이미지와 달리, 프롬소프트웨어는 처음부터 게임을 제작하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설립 초기의 주력 사업은 축산업과 농업 분야를 위한 소프트웨어 제작이었으며, 먹이 배합 관리 시스템, 가축 성장 데이터 관리, 회계 장부 프로그램 등 철저히 실무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기업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이와 같은 중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다수 존재했으며, 프롬 역시 특별히 주목받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프롬소프트웨어 내부에서도 새로운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특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은 프롬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3D 그래픽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기술적인 실험을 좋아하던 프롬에게 매력적인 무대였고, 결국 1994년 첫 콘솔 게임인 ‘킹스 필드(King’s Field)’를 출시하게 됩니다.
킹스 필드는 일본 게임 시장에서 보기 드문 1인칭 3D RPG였으며, 당시 기준으로도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어두운 던전, 느린 전투 템포, 불친절한 UI, 명확한 설명이 없는 스토리는 많은 유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습니다. 이 게임에는 훗날 소울 시리즈로 이어지는 핵심 요소들이 이미 담겨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명확한 지시를 받지 않고 세계를 탐험해야 했으며, 아이템 설명과 환경 단서를 통해 세계관을 스스로 해석해야 했습니다.
이후 프롬소프트웨어는 ‘아머드 코어(Armored Core)’ 시리즈를 통해 메카닉 액션 장르에 도전합니다. 세밀한 파츠 커스터마이징, 현실적인 조작감, 높은 난이도는 대중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프롬소프트웨어가 “쉽지 않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프롬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실험했지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실패와 실험은 훗날 소울라이크 장르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데몬즈소울과 다크소울, 소울라이크 장르의 탄생과 확산
프롬소프트웨어의 역사를 완전히 바꾼 작품은 단연 ‘데몬즈소울(Demon’s Souls)’입니다.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원형으로 평가받지만, 출시 초기에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튜토리얼조차 불친절하고, 공략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구조,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는 기존 게임 문법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며 실패작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데몬즈소울은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통해 재평가되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반복적인 사망을 통해 적의 패턴을 학습하고, 맵 구조를 이해하며 점차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죽음’을 실패가 아닌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설계는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또한 데몬즈소울은 비동기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도입해 독특한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다른 유저가 남긴 메시지, 혈흔, 침입과 협력 요소는 혼자 플레이하면서도 타인의 존재를 느끼게 만들었고, 이는 고립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새로운 게임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이후 다크소울 시리즈에서도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러한 철학은 2011년 출시된 ‘다크소울(Dark Souls)’을 통해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구현됩니다. 다크소울은 데몬즈소울의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맵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구성해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이 작품은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각종 매체에서 ‘역대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선정됩니다.다크소울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며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3대 콘솔(PS, Xbox, 닌텐도)의 독점 및 멀티 플랫폼 전략] 변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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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부터 ‘소울라이크(Soulslike)’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소울라이크는 공식적인 장르 명칭은 아니지만, 높은 난이도, 체크포인트 기반 진행, 사망 시 패널티, 최소한의 UI, 암시적인 스토리텔링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진 게임들을 통칭하는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요한 점은 소울라이크가 단순히 ‘어려운 게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은 모든 도전이 공정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이해와 숙련이 곧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후 블러드본, 다크소울 2·3, 세키로, 엘든 링까지 프롬소프트웨어의 철학은 점점 더 정교해졌습니다. 특히 엘든 링은 오픈월드 구조를 도입하면서도 소울라이크의 핵심 정체성을 유지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수많은 GOTY를 수상하며 프롬소프트웨어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사로 끌어올렸습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철학과 프롬소프트웨어의 장인정신
프롬소프트웨어의 부흥과 소울라이크 장르의 완성에는 미야자키 히데타카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원래 게임 업계와 무관한 오라클 출신 회사원이었으며, ‘ICO’와 ‘완다와 거상’을 플레이한 뒤 게임 개발자의 길을 결심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프롬소프트웨어에 입사한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개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기존 게임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됩니다.
미야자키는 데몬즈소울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게임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수정합니다. 1인칭 시점을 3인칭으로 변경하고, 전투와 맵 구조를 재설계하며 프롬 특유의 게임 철학을 확립했습니다. 그는 게임 개발을 요리에 비유하며 “처음에는 맵고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계속 찾게 되는 맛”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게임들은 반복 플레이를 통해 점점 더 깊은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장인정신은 제작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보스 몬스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ZBrush와 같은 툴을 사용해 비늘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조형하고, 맵 디자인 역시 자동 생성이 아닌 직접 설계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개발 효율만을 따지면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독보적인 분위기와 몰입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문라이트 소드’처럼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인 아이템들은 프롬소프트웨어의 세계관을 잇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팬덤의 해석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게임 외적인 담론과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2026년 현재 프롬소프트웨어는 일본 카도카와 그룹의 자회사로서 자본적 안정성과 창작의 자유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사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차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프롬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오래 기억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역사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농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출발해 수십 년간 실패와 실험을 반복하며 쌓아온 철학의 집약체입니다. 2026년 현재에도 프롬소프트웨어는 게임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낼 다음 세계는 또 어떤 도전과 성취를 플레이어에게 안겨줄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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